[에스티비] 대한축구협회도 WK리그 안 맡아…공은 다시 여자연맹으로
댓글
0
조회
487
11.27 07:00
협회 지원 늘리는 조건에 여자연맹이 계속 운영…사무국 신설 약속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운영 포기를 선언했던 여자 실업축구 WK리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침체한 리그를 되살릴 주체로 거론됐던 대한축구협회가 직영에 난색을 보이며 지원금을 늘려주겠다고 여자연맹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오규상 연맹 회장은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협회가 당분간 예산을 줄 테니 (사무국) 규모를 갖춰 리그를 별도로 책임지는 조직 운영을 요청했다"며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협회 측도 연맹이 WK리그를 계속 맡는 쪽으로 최종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협회로부터 사무국 운영 비용으로 적어도 수억원가량을 지원받을 걸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마케팅·홍보·대외 협력·국제 교류·대회 운영 등에 능한 전문 인력을 새로 뽑아 별도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연맹 사무국은 4명뿐이고, 저변확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없다.
앞서 오 회장은 지난 14일 WK리그 운영을 그만둔다고 '폭탄선언'을 했으나 협회의 지원 계획에 입장을 며칠 만에 뒤집었다.
본래 오 회장이 WK리그를 포기하려 한 건 2018년부터 창녕WFC를 운영한 연맹의 재정이 매년 악화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최근 수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이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후원사들도 이탈하면서 운영난이 심해졌다.
국세청 공익 법인 공시를 보면 2021년까지 매년 30억원가량 유지됐던 보조금은 2022년 25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0억원으로 떨어졌다.
다음 시즌 창녕WFC 존속을 위해 수억원이 필요한 연맹은 협회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보조금을 신청하려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 여자축구 WK리그 시상식에서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12.14 [email protected]
이를 통해 창녕WFC 문제가 해결되면 8개 팀 체제를 유지하면서 협회의 지원금으로 리그 행정을 보강할 수 있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협회와 '교통정리'를 마친 연맹은 다음 달 12일 신인 드래프트를 예정대로 여는 등 리그 일정을 일단 정상 진행한다.
연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판받아온 리그 행정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 쇄신이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전업 선수들이 뛰지만, 프로가 아닌 실업 리그인 WK리그는 연맹이 관장해온 기간 수입원을 창출하지 못했고, 관중 동원력도 떨어졌다.
축구협회 통합전산시스템을 보면 올 시즌 WK리그 한 경기 평균 관중은 261명이었다.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챔피언 수원FC(183명)의 평균 관중도 200명이 안 됐다.
연맹의 '운영 포기' 선언에 우리나라 여자축구에도 근본적 개혁이 이뤄질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따랐다.
연맹(유소녀·실업팀)-협회(대표팀·생활체육)의 구도에서 WK리그가 협회로 이동하면, 대표팀과 시너지 효과나 홍보·마케팅 등 여자축구의 구조적 결점인 낮은 상업성·경쟁력의 개선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오 회장은 WK리그 발전을 위해 처음으로 별도 조직을 꾸리는 만큼 상황을 반전하도록 조직을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협회가 WK리그를 직접 운영하지 않은 배경으로는 행정적 불안정성이 큰 시기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WK리그의 낮은 사업성 등이 꼽힌다.
축구협회장 선거가 두 달 안쪽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WK리그 인수와 같은 사안을 간단하게 결정할 수 없고, 운영 전략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아 연맹 '위탁' 결정을 내린 걸로 보인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WK리그 2024 챔피언결정전 1차전 수원FC 위민과 화천 KSPO의 경기. 골을 넣은 수원FC 강채림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4.11.5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