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비보이 김헌우 "올림픽, 대중에게 다가가는 중요한 연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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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09:00
브레이킹, 파리서 올림픽 첫선…근력·균형감·기술에 예술 더한 종합스포츠
'톱 랭커 40명' 예선전 통과 자체가 바늘구멍…"너무 빡세네요"
"작고한 아버지, 올림픽에 출전하는 내 모습 기대하셨을 것"
(부천=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그동안은 우리만의 세계가 짙었어요. 올림픽은 많은 분께 더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연결점이 될 것 같습니다."
25년 차 댄서이자 브레이킹 국가대표 비보이 김헌우(Wing)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을 약 한 달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23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진조크루 연습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헌우는 파리 올림픽 출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김헌우는 자타공인 비보이계의 전설이다.
브레이킹 최고 권위 대회로 여겨지는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 우승(2008년)을 비롯해 각종 대회 통산 우승 경력이 100회가 넘는다.
하지만 김헌우에게도 올림픽은 또 다른 도전이다.
김헌우는 "올림픽은 전 세계적 스포츠 축제다. 꿈과 희망, 영광 등은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브레이킹이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거라고 봤다.
김헌우의 시선은 올림픽 무대에 비보이 개인이 출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닌, 브레이킹의 발전이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영역에 닿아 있다.
김헌우는 "그동안 브레이킹은 컬처(문화)의 영역이었다"면서 가장 주목성이 큰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더 다가가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브레이킹 종목이 제외돼 파리 올림픽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올림픽 브레이킹' 무대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헌우는 "지금은 개인전만 진행하지만, 크루 및 단체전 등 매력 포인트가 있다. 브레이킹의 잠재력이 크다"며 훗날 올림픽 무대에서 브레이킹의 부활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브레이킹을 접할수록 개인마다 '잘한다'는 기준점과 취향이 생기고, 기술 이름을 한두 개씩 알아가다 보면 선수 개인의 스타일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브레이킹 경기의 관전 팁을 전하기도 했다.
브레이킹은 근력, 심폐지구력, 균형감, 리듬감, 신체의 협응력, 각종 기술 구사 등 '스포츠' 요소는 물론 음악과의 조화 등 예술성까지 평가한다.
특히 선수 개인의 시그니처 무브(동작)를 갖기 위해서 끊임없는 반복 훈련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김헌우는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는 촌내 시스템에 따른 웨이트와 기술 훈련 등에 몰입했다.
우슈장과 체조장이 비는 시간에 잠시 찾아가 쿠션 위에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 기술적인 움직임이 비슷한 체조 선수들과는 교류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움직임을 배우기도 했다.
선수촌 밖에 나와서는 크루원들과 함께 연습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영감'을 받는다.
영화 속 캐릭터, 고양이의 점프와 새의 날갯짓, 어린아이의 춤 등 모든 순간 속에서 응용할 수 있는 동작을 찾아내고자 한다.
김헌우가 파리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오는 5월 중국 상하이와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전 '올림픽 퀄리파이어 시리즈(OQS)'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열린 각종 대회에서 쌓은 포인트로 가려진 세계 톱 비보이 40명이 모여 단 10장의 파리행 티켓을 놓고 승부를 펼친다.
개최국 프랑스에 할당되는 정원(TO), 균형 발전(보편성)을 위한 TO 등을 제외하면 실제 파리행 티켓은 상위 7위까지만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레전드' 김헌우는 OQS에 대해 속된 말로 "너무 빡세다"고 토로했다.
그는 "32강 위로는 누가 파리행 티켓의 주인공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분위기 등 '누가 춤이 꽂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컬처 시대 때부터 브레이킹 무대를 주름잡던 이들에, 스포츠 시대에서 각종 기술을 인정받으며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댄서들까지.
강력한 상대가 즐비한 만큼, 김헌우는 파리 올림픽 직행 티켓이 걸려 있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8강에서 일본의 잇신(Issin)에게 0-2로 패해 탈락하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김헌우는 "컨디션은 잘 준비했는데, 집중력 등 심리적으로 흔들렸던 것 같다"며 "춤적으로도 부족함을 느껴서 더 연구하면서 몇 개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림픽과 동일한 방식으로 지난해 12월 중국 홍콩에서 열린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월드시리즈에서 2위에 오르며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OQS에 나서는 선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포인트를 쌓았다.
김헌우는 다가올 OQS에서 특유의 '가벼운' 브레이킹으로 파리행 티켓을 손에 넣을 생각이다.
기존의 브레이킹 기술을 자신의 방식대로 변형해 전체적인 춤의 흐름과 모양새를 부드럽고 예쁘게 구사하려고 한다.
이달 초 작고한 아버지께도 '올림피언' 김헌우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김헌우는 "아버지께서는 내가 체조 선수가 되길 기대하셨다. 그런 만큼 내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많이 기대하셨을 것 같다"며 파리를 향한 목표를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