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비] 박지성 오자 '와르르'…최악의 시즌 살 떨리는 잔류로 마친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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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17:00
리빌딩 소홀·선수단 구성 방향성 표류…박지성 고문 책임론 솔솔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박지성이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1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절대 1강'으로 군림하던 전북 현대가 사상 최악의 시즌을 강등의 벼랑 끝에서 마쳤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서울 이랜드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합계 4-2로 승리하며 K리그2(2부) 강등 위기를 모면했다.
잔류에 겨우 성공하긴 했으나 리그를 선도하던 명가로서 부끄러운 성적을 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전북은 정규리그를 10위로 마쳤다. 18년 전인 2006년(11위) 다음으로 낮은 순위다.
2012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는 구단 역대 최저 순위다.
전북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진 것은 올 시즌만이 아닌, 몇 년간의 실책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PO) 전북 현대와 서울 이랜드의 경기. 동점 골을 넣은 전북 티아고가 마스크를 쓰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2024.12.8 [email protected]
세상 모든 제국의 해체가 그 절정에서 시작되듯, 전북 역시 '최고점'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북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리그1 5연패를 이뤄냈다.
'이상 징후'는 포르투갈 출신의 주제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던 2019∼2020년에 감지됐다.
모라이스 체제에서 전북은 계속 좋은 성적을 냈으나 '리빌딩'에 소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한 선수를 지속해서 영입했어야 했지만, 최강희 감독 체제의 유산으로 상당한 시간을 버텼다.
이런 흐름은 김상식 감독이 배턴을 넘겨받은 2021년에도 이어졌다.
구단은 뒤늦게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으나 이번엔 선수단 구성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었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이적시장에서 양보다는 '질'을 택했던 구단이다.
국가대표급, 혹은 당장 유럽 무대에 진출해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준의 선수를 과감하게 수혈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규모는 최대한 '컴팩트'하게 꾸렸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전북 현대와 서울 이랜드와의 경기. 전북 현대 티아고가 동점 골을 넣은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4.12.8 [email protected]
2017년엔 김진수와 이용(현 수원FC), 2018년엔 홍정호와 손준호(현 무적)를 영입했다.
하나같이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들이었던 이들은 전북 왕조 구축의 전면에서 활약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전북은 고위층의 변화 속에 질보단 '양' 위주로 이적시장에 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매번 확실한 선수 몇 명이 아니라 모호한 수준의 선수 십수 명을 데려왔고, 그중 제 몫을 해낸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세대교체가 늦어지면서 선수 수급에 급박감을 느낀 영향도 작지 않을 터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선수단 운영에 들이는 돈은 리그 최고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선수단 규모는 비대해졌고 경기력에서는 '돈값'을 못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북이 지급한 선수 연봉 총액은 198억767만7천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마구잡이 영입을 하다 보니 연봉 액수가 선수의 실제 성과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구단이 급여 책정에 실패하면, 이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선수들이다. '나보다 못하는 선수'가 돈을 더 받는다면,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서울 이랜드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김두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4.12.1 [email protected]
여기에 전북 선수단에서 구심점 노릇을 하던 베테랑 선수 다수가 경기력이 하락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올 시즌 전북 선수들이 파벌을 지어 '끼리끼리' 논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7월엔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 풀백 김진수가 음주했다가 선수단 내부 징계를 받고 주장 완장을 내려놓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진수는 전북 최고 연봉(14억원)을 받는다.
구단이 시즌 초 경질한 단 페트레스쿠 감독 후임으로 김두현 감독을 데려온 것 역시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운 선택이라 할 만하다.
42세로 구단 최연소 사령탑인 김 감독이 시즌 도중에 부임해 '머리 굵은' 선수가 즐비한 전북 라커룸을 빠르게 장악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거로 보인다.
보다 중량감 있고 K리그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면, 여전히 선수 면면에서 리그 상위권 전력이라 할 만한 전북이 강등권까지 떨어지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현대와 대전시티즌의 개막 경기에서 팬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2024.3.1 [email protected]
수년에 걸쳐 누적된 숱한 문제가 불거 터지는 과정에서 박지성 고문이 대체 뭘 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2021년 '어드바이저'라는 알쏭달쏭한 직책으로 전북과 연을 맺은 박 고문은 2022년부터는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아 선수 영입, 감독 선임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전북 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평가되는 페트레스쿠 감독은 박 고문이 데려왔다.
박 고문은 성적이 바닥을 긴 올해 8월 테크니컬 디렉터에서 고문으로 한발 물러났다.
(고양=연합뉴스) 단 페트레스쿠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 신임 감독(가운데)이 14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박지성 전북 디렉터(왼쪽), 허병길 K리그1 전북 대표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6.14 [전북 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전북 추락의 주역이라 할 만한 박 고문은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표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차기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축구계 안팎에선 그를 '잠룡'으로 분류한다.
박 고문은 축구 예능 프로그램 '슈팅스타'에서 은퇴한 스타들의 팀 FC슈팅스타 단장으로도 활약하는 등 공사다망한 모습이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문제가 곪아 터질 대로 터진 전북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부임,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구단을 운영해온 이도현 단장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쇄신해왔고, 분명 긍정적 변화도 있다"면서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변화해 전북다운 건강한 모습을 되찾겠다. 반드시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겠다"고 말했다.